밀실 스릴러의 새로운 변주, 영화 히든페이스
스페인과 콜롬비아에서 제작된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사랑과 배신, 그리고 복수가 뒤얽힌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를 선보입니다.
줄거리
전도유망한 지휘자 성진(송승헌)과 결혼을 앞둔 첼리스트 수연(조여정). 그런데 어느 날, 성진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수연의 영상 편지가 도착합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실종에 당황한 성진은 슬픔을 뒤로한 채 오디션을 통해 만난 연주자 미주(박지현)와 새로운 관계를 시작합니다.
수연의 엄마(박지영)는 딸의 카드 사용 내역이나 출국 기록조차 없는 점을 의아해하며 의혹을 제기합니다. 그러나 실종의 진실은 예상 밖입니다.
답답한 성진에게 불만을 느낀 수연이 스스로 밀실에 들어가, 자신이 사라졌을 때 성진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실험을 벌인 것이었죠. 그러나 그녀의 계획은 기대와는 정반대로 흘러갑니다.
밀실과 ‘훔쳐보기’의 묘미
영화의 핵심은 바로 ‘밀실’입니다.
영화 속 밀실은 단순히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심리적, 성적 긴장감을 동시에 자극하는 무대입니다.
특히, 집 안 거울처럼 보이지만 밀실에서는 유리창처럼 상대를 관찰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가 관음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훔쳐보기’의 전형적인 쾌감을 뒤집습니다.
몰래 보는 이의 즐거움이 아니라, 훔쳐보는 상대를 의식하며 의도적으로 자신을 전시하고 복수의 쾌감을 느끼는 연출이 돋보이죠.
김 감독은 “관찰자의 감정을 넘어, 대상자의 도발적 심리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합니다.
인물 간 얽히고설킨 관계의 매력
원작과 비교해 히든페이스는 두 여성 캐릭터의 갈등과 복수 관계가 더 밀도 있게 그려졌습니다.
약혼녀를 배신하는 가해자처럼 보이는 성진은 사실 우유부단하고 기회주의적인 성격으로 여성들 간의 치정극에 이용당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송승헌은 성진의 내면적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외모는 완벽하지만, 약혼녀의 조건과 자신의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며 어딘가 불안정한 모습이 극 중 성진의 어색함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긴장감 넘치는 전반부, 아쉬운 후반부
영화는 초반부의 에로틱한 긴장감과 단서를 하나씩 풀어가는 전개로 관객을 몰입시킵니다.
하지만 실종의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후반부는 다소 서두르는 듯한 마무리와 조연 캐릭터들의 활용 부족으로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특히, 수연의 엄마가 중요한 단서를 쥐고 있음에도 이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배우들의 열연, 특히 빛난 박지현
그럼에도 세 배우가 만들어내는 삼각 관계의 치정극은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는 강렬한 드라마로 반가움을 안깁니다.
특히 박지현은 이전 작품 인간중독에서 신인이 보여준 신선함을 넘어, 이번 영화에서 서늘한 감정선까지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