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돈보다 명예가 중요한 사람이요.”
로또 1등 당첨금 40억원가량을 손에 쥐었다 모두 날린 전직 공무원 A씨(67)의 말이다.
-로또는 언제 당첨됐나.
“2003년 12월 (전주 한 복권집에서) 로또 1등 51억원에 당첨됐다. 세금 떼고 39억9000만원을 받았다.”
-당시 로또는 얼마나 샀나.
“5만원어치 샀다. 로또 한 게임에 2000원이던 때다. 숫자는 자동으로 뽑았다. 4만원어치 4장(1장당 다섯 게임)은 모두 ‘꽝’이었다. 마지막 장에 있는 A, B, C, D 네 줄까지 번호가 안 맞았다. 마지막 E 줄에서 (1등 당첨) 숫자 6개가 한눈에 싹 들어왔다.”
-로또 당첨 사실을 부인과 가족에게는 왜 숨겼나.
“당첨되기 전 후배와 1년 가까이 집에 안 들어가고 여관 생활을 했다. 둘이 도박판을 다녔다. 매일 (도박판에서) 담배 피우고 (집에) 들어가면 어린애들(두 딸)에게 담배 냄새 풍겨 안 좋았다. 당시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다녔다. (※A씨는 이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로또 당첨금은 어디에 썼나.
“(여관 생활을 하며 도박판을 전전했던) 아는 동생과 서울에 올라가서 사업 등에 투자해 사실상 6개월 만에 당첨금 40억원을 모두 날렸다.(※당초 “A씨가 2년 만에 당첨금을 날렸다”는 지인 제보보다 탕진 기간이 짧았다.) 소문과 달리 술 마시는 등 유흥비로는 수천만원밖에 안 썼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맨 처음 동대문에 사무실을 얻어 의류사업 하는 데 5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옷을 받아 파는 경비로 15억원이 깨져 총 20억원을 1년 만에 까먹었다. 친구가 하는 오락실 사업에 6억원을 투자했다 날렸다. 부도 난 지인 회사를 살리려고 전기공사면허를 산다고 5억원을 썼다. 아는 동생이 부천에서 오락실을 한다고 2억5000만원, 또 다른 동생이 전주에서 사채업 한다고 2억5000만원을 빌려줬다. 나머지 5억원가량은 서로 어려울 때 소주 한잔하던 친구와 선후배 등 지인들에게 빌려줬다가 모두 떼였다. 차용증은 쓰지 않고, ‘나중에 돈 벌면 갚으라’고만 했다. 아직까지 한 명도 빚 갚은 사람이 없다.
-전주에는 언제 돌아왔나.
“2006년 5월 내려왔다. 그 전까지 서울 역삼동에서 보증금 5000만원, 월세 100만원짜리 원룸에 살았다. 당첨금을 모두 까먹은 뒤 막판 6개월간 매일 24시간 술만 마셔 뼈만 남았다. 건강도 나빠져 당뇨병을 얻었다. 이 기간에 안사람이 전주 집을 놔두고 딸들을 데리고 서울에 올라와 함께 살았다. (몸이 아프자) 아버지 등이 오셔서 우리 가족을 데려갔다.”
-부인은 로또 1등 당첨 사실을 숨긴 당신을 용서해 줬나.
“(내가) 잘못한 게 뭐가 있나. 남자가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아이들을 굶기기라도 했나. 잘못했다기보다 미안한 마음이 들 뿐이다.
-당첨금을 날린 데 대해 후회한 적은 없나.
“없다. 내가 원래 성격이 낙천적이다. 남을 탓하지 않는다.대신 애들이 잘 컸다. (30대 초반인) 두 딸이 내 능력을 안 믿고, 자기들 나름대로 잘 살았다. 모두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닌다. 딸들이 내가 좋아하는 만큼 아빠를 좋아하고, 내 생각도 (있는 그대로) 이해해 준다.”